20년째 자기계발 중

제미나이는 포켓몬을 클리어했다, 나는 인생을 클리어 중이다

돈생휴미 2025. 5. 28. 10:26

주말에 딸들과 서점에 다녀왔습니다.
“아빠, 책 사줄 거야?”
라며 아빠 찬스를 꺼내는 아이들에게,
평소처럼 흔쾌히 “그럼!” 하고 대답했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큰애는 <진격의 거인>을,

둘째는 <로젠메이든 애장판>을 세 권씩 들고 왔습니다.

큰애는 뒤늦게 진격의 거인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고른 책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만화책은 안 돼.”

 

정말, 왜 그랬을까요?

저도 만화를 좋아해서 집에 따로 만화책만 모아둔 책장도 있을 정도인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쑥 금지를 선언한 건, 아마도 오랜 사회적 각인 때문일까요. ‘만화는 공부에 방해된다’는 고정관념이 자동반사처럼 작동했던 겁니다.

 

그리고 문득, 같은 일이 게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이 진짜로 해로워서가 아니라, 늘 누군가가 악마화할 대상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최근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구글의 AI 제미나이 2.5 프로가 <포켓몬 블루>를 클리어했다는 소식입니다.

 

게임의 룰을 스스로 분석하고, 방향을 조작하며, 아이템 사용 타이밍까지 판단해서 엔딩을 본 겁니다.

 

AI가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화면을 보고, 판단하고, 전략을 세우는 사고의 흐름을 게임을 통해 연습한 셈입니다.

 

왜 게임일까요? 게임은 문제 해결, 전략 수립, 반복 학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구조가 자기계발과 맞닿아 있습니다.

 

 

게임과 자기계발은 닮았다

 

우리가 잘하는 게임을 생각해봅시다.

 

룰을 이해하고

반복 실패를 복기하고

더 나은 루트를 고민하며

전략을 최적화합니다

 

그 모든 과정은 자기계발에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개념을 이해하고

오답을 되짚고

학습 방법을 개선하며

실력을 쌓습니다

 

AI가 게임 속에서 점차 지능을 만들어가듯, 우리도 인생이라는 오픈월드에서 경험을 통해 지능을 쌓아가는 겁니다.

 

 

하지만 게임과 자기계발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보상의 속도입니다.

 

게임은 빠릅니다.

몬스터를 잡으면 즉시 경험치,

퀘스트를 끝내면 바로 아이템,

레벨업이 눈에 띄게 느껴집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하루 30분 책을 읽어도 ‘지능 +1’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100일 운동을 해도 거울 속 변화는 느립니다.

부지런히 계획을 세워도 성과는 한참 후에야 나타납니다.

 

현실의 자기계발은 지연된 보상의 연속입니다. 게임이 즉각 피드백으로 몰입을 유도한다면, 자기계발은 불확실성과 지루함을 견디는 인내의 시스템입니다.

 

 

자기계발은 ‘게임처럼 상상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게임처럼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보상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뿐, 내가 지금 경험치를 쌓고 있다는 믿음. 이게 없으면 사람은 금방 흔들립니다.

 

AI가 픽셀 데이터만으로 게임을 해석하듯, 우리도 보이지 않는 성장의 신호를 내부적으로 해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오늘 한 공부가 내 전략 수립 능력을 +1 시켰다고 믿고

실패가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끈다고 받아들이고

루틴의 반복이 나를 서서히 변하게 한다는 확신

이런 해석의 틀이 자기계발을 지속시킵니다.

 

 

성장하는 사람은 보상을 기다릴 줄 안다

 

게임은 재미있지만, 현실은 재미없습니다. 그 이유는 구조가 아니라 보상 타이밍의 차이입니다.

 

진짜 실력은 보상이 늦게 오는 세계에서 만들어집니다. 보상이 없을 때도 행동할 수 있는 사람, 반응이 없을 때도 반복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레벨업을 하고 만렙을 찍습니다.

 

자기계발이 어렵다면, 게임처럼 설계하되, 보상은 느리게 오더라도 기다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하는 사소한 실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실력이라는 레벨 바는 분명히 올라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