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력

예스24에서 알라딘으로, 랜섬웨어 해킹 이후 신뢰를 묻다

돈생휴미 2025. 6. 13. 07:22

예스24 - 그 감동의 시작

예스24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당시의 감동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일이 아직 낯설던 시절, 시간을 들여 시내 대형서점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건 혁명이었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책이 집으로 오고, 적립금을 모아 책을 한 권 더 사게 되고, 리뷰를 쓰면 내가 읽은 책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감각도 새로웠죠. 그때 예스24는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책 읽는 삶에 새로운 질서를 제시한 플랫폼이었습니다.

 

그렇게 10여년 동안 예스24의 충성고객으로 정말 많은 책을 구입했습니만 언제부터일까요. 예스24가 몸집을 불리기 시작하면서 배송 시스템이 엉망이 된 적이 있습니다. 고객 응대도 관성적이고. 몇번 그런 일을 겪으면서 실망을 하게 되어 알라딘으로 갈아탔는데요.

 

중고거래와 매력적인 굿즈

도서정가제가 시작될 즈음이었어요. 그 여파로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하기 어려워 책값이 비싸졌습니다. 알라딘의 중고거래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죠. 신간을 구입해 읽고나면 중고로 거래를 해서 책값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알라딘의 굿즈! 알라딘에서 단지 굿즈를 사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책들까지 금액 맞춘다고 꽉꽉 채워 주문하기도 했지요.

매월 기획이 신선한 알라딘 굿즈

 

내가 예스24에서 알라딘으로 갈아탄 이유는 기업의 책을 대하는 진심의 문제였습니다. 대형 플랫폼에는 없는 알라딘만의 섬세함이 좋았죠. 

 

그래도 내게 예스24는 첫추억의 공간이었는데 얼마 전 해킹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현재 예스24의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예스24 해킹 사건의 전말

2025년 6월 9일, 새벽 4시경.
예스24는 해커의 공격을 받아 전산 시스템이 마비됩니다. 웹사이트, 앱, 전자책, 공연 예매, 중고거래까지 모든 기능이 멈췄고, 수백만 명의 독자들은 본인의 콘텐츠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회사는 이를 즉시 공지하지 않고, 무려 36시간 동안 “시스템 점검 중”이라는 공지만 반복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이용자들은 그 사이에서 혼란과 불안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결국 예스24는 랜섬웨어에 감염되었고, 해커로부터 복호화 대가로 몸값을 요구받은 상태임을 인정합니다. 심지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의 협조 여부를 두고도 양측의 해명이 엇갈리며 기업 대응의 진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플랫폼을 선택하는 의미

아직도 예스24에 접속하면 안내문만 보일 뿐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스템 장애가 아니라, 책을 다루는 플랫폼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과 신뢰가 무너진 사건입니다.


플랫폼은 기술로 존재하지만, 그 생명은 결국 ‘신뢰’에 달려 있다는 것. 아무리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더라도, 고객의 데이터를 지키지 못하고, 위기 상황에서 진실을 외면한 플랫폼은 결국 책보다 앞서야 할 윤리를 뒤로 미루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이 보안을 강화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리는 일은, 기술보다도 더 어렵고 더 오래 걸리는 일이죠.

나는 여전히 책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책을 어떤 플랫폼을 통해 만나느냐는 단지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스24가 초심을 기억하고,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기술과 시스템을 넘어,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예스24를 다시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