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응시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너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그 뜻은?

돈생휴미 2025. 6. 9. 06:00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3화에서
쌍둥이 자매 중 동생 유미지가 언니 유미래인 척 연기하는 것을 남주 이호수가 그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너 유미지지?"
"아니, 내가 유미지냐니 그게 무슨 소리지? 왜 그렇게 생각해?"

이후 이어지는 대화에서 미지는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이렇게 말하죠.

"이런 게 자의식 과잉이라는 거야. 내가 유미지라니, 너 진짜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이 한마디로 호수는 잠시 멈칫하게 되고 미지는 ‘자의식 과잉’이라는 단어로 위기를 벗어납니다.

드라마 속 '자의식 과잉'의 의미

이 장면에서 미지가 말하는 자의식 과잉은 원래의 뜻과는 뉘앙스가 다른데요. 그녀는 상대가 스스로를 너무 잘 안다고 착각하고, 그 판단을 남에게 강요하는 태도를 비꼬는 의미로 씁니다.

즉, “너 지금 나를 안다고 착각하지 마. 그건 네 자의식이 만든 프레임이야.”

이 말은 상대의 판단을 전복시키는 일종의 언어적 방어기제로 기능합니다.


그런데, 진짜 '자의식 과잉'의 뜻은?

자의식 과잉(自意識過剩)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남의 시선 따위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 출처: 나무위키


존재하지도 않는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스스로 지나치게 감시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죠. 자의식 과잉은 사회불안, 완벽주의, 자기검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자의식 과잉은 '나 자신에 대한 과잉된 인식'이지, 타인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아닙니다. 


의미의 반전이 흥미롭다

드라마 속 미지는 이 말을 상대를 되치기하는 필살기처럼 사용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말을 쓰고 있는 미지 본인이야말로 상대의 판단에 과하게 반응하며, 내가 어떻게 보일지를 신경 쓰고 있는 자의식 과잉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원래 뜻 그대로 등장한 5화

그리고 《미지의 서울》 5화 회상씬에서 나온 '자의식 과잉'은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두손봉 등반을 할 때 유미래와 이호수는 몸이 아파서 열외된 상황. 하지만 이호수는 자격지심에 산 정상으로 향하는데, 유미래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너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우리가 저기 못 올라간다고 아무도 관심 없으니까 괜히 유난 떨지 마."

 

 

여기서는 타인의 시선을 상상하며 괜히 위축되거나 과장하는 심리, 즉 심리학적 정의에 가까운 자의식 과잉이 정확히 쓰입니다.


같은 단어, 다른 쓰임

《미지의 서울》은 '자의식 과잉'이라는 한마디를 통해 두 가지 상반된 태도를 보여줍니다.

감정의 방어 장치로 쓰는 자의식 과잉, 스스로를 인식하는 심리적 진단으로서의 자의식 과잉 - 말은 같지만 쓰는 맥락에 따라 기능이 전혀 다를 수 있는데요.

 

이것이 《미지의 서울》의 매력인가 봅니다. 과연 유미지와 유미래는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나 날아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