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응시

내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미지의 서울'의 포스트모던 로맨스

돈생휴미 2025. 6. 11. 12:40

 

드라마 '미지의 서울' 5화에서 남주 이호수는 서로 역할이 바뀐 쌍둥이 자매 유미래와 유미지 사이에서 자기가 누굴 좋아하는지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에 대해 로펌에서 호수의 담당 비서였던 황지수는 "기괴하다"는 말을 하는데요, 얼굴은 흥미롭다는 표정이네요^^

 

유미지가 유미래인 척 하는 걸 모르는 입장에서 "어릴 때 못 이룬 첫사랑을 쌍둥이하고 푼다"는 착각이나 오해를 하게 됩니다. 기괴하다는 건 그런 도덕적 불편함이나 사회적 규범의 위반을 표현한 말이지만 복잡한 감정의 움직임과 정체성의 교란 현상에서 인간 심리의 다층성을 느끼기에 흥미로울 수 밖에요.

'미지의 서울'의 핵심 장치는 쌍둥이의 신분 교체입니다. 이 장치는 단순한 이야기 트릭이 아니라 작가는 시청자에게 사랑의 본질, 나아가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호수가 미래를 좋아한 것인가, 미지를 좋아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보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나인가?"라는 자아동일성에 대한 질문, 데리다식으로 보자면,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차이의 흔적들로 구성된 것입니다. 우리는 동일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바뀌는 맥락과 관계 속에서만 정의되는 존재입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사랑을 해체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든 본질을 해체하고, 모든 정체성을 구성된 것이라 봅니다. '미지의 서울'은 포스트모더니즘의 관점에서 사랑조차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서사라고 말하는 듯 하네요.

 

사랑이란 무엇에 반응하는 감정인가요? 이름? 기억? 행동? 외모? 어떤 내면의 연속성? 이 모든 것이 사랑의 '재료'입니다. 다시 말해, 사랑은 편집된 스토리에 가깝습니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사랑의 본질을 묻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믿지만, 그 사랑이 향한 대상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이름, 표정, 말투, 과거, 역할… 모든 것이 뒤섞인 하나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 안에서 감정을 구성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말처럼, 우리가 의도하고 편집하고 믿고 싶었던 이야기의 결과일지도요.

이 드라마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아주 기괴할 만큼.

 

 

* 이 글이 흥미로웠다면 아래의 글도 같이 읽어 보세요~

 

https://viewgaze.tistory.com/26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너 그거 자의식 과잉이야" 그 뜻은?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3화에서쌍둥이 자매 중 동생 유미지가 언니 유미래인 척 연기하는 것을 남주 이호수가 그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너 유미지지?""아니, 내가 유미지냐니 그게

viewgaze.tistory.com

 

https://viewgaze.tistory.com/20

 

쌍둥이가 되어 갓생 살기: '미지의 서울'에서 배우는 자기계발

내 안의 쌍둥이, 나를 대신 살아주는 또 다른 나드라마 《미지의 서울》 속 쌍둥이 설정을 통해,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활용하는 자기계발 전략을 고민해 봅니다.1. 나 대신 갓생 살아줄 사람이

viewgaze.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