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신문 기사 하나 가지고 와봅니다.
주 52시간 넘게 일을 하면 몸 뿐 아니라 뇌에도 해롭답니다.
연세대와 중앙대 공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직업 및 환경 의학'에 발표한 연구 결과라고 하는데요.
연구진 스스로 "장시간 근무 → 뇌 변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음에도
기사의 논조는 회사에 오래 다니면 뇌가 망가진다고 단정하는 것 같네요.
오히려 선천적으로 과업 집중력이 높은 사람이 장시간 근무를 지속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 수면의 질, 직무 강도 등 다른 요인들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물론 오래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에 좋지 않겠죠.
그래서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되었지만 근무 시간의 단축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까요?
현실에서는 소득 감소로 인해 생계 유지 위해 투잡, 쓰리잡을 해야 하는 구조를 만들어 건강은 커녕 더 악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정규직 중산층에는 혜택일 수 있으나, 저소득층, 시간제, 비정규직은 바로 소득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즉 소득 보전 장치 없는 단축은 빈곤을 강화할 뿐입니다.
기존 60시간 일하며 생활유지하던 노동자가 52시간으로 줄면 8시간의 소득 손실이 발생합니다.
소득 손실을 만회하려고 쿠팡맨, 배달 기사, 대리운전 등 이중, 삼중으로 노동이 확대되면서 52시간이 아닌 그 이상의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 통계에서도 주 52시간 도입 이후 자영업, 프리랜서가 증가했습니다.
통계로 보는 현실 (출처: 고용노동부·통계청, 2023~2024)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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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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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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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적용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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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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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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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근무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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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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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없음 혹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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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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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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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7%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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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문제 호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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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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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우울감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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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경우 주 52시간으로 건강 악화 가능성은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장시간 한 직장에서 일할 때보다, 쉬지 못하고 전환노동(운전→배달→청소 등)을 반복하면서 생체리듬 붕괴, 스트레스 관리 어려움, 사고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주 52시간은 구조적 보완 없이 시행될 경우, 오히려 복지 정책이 아닌 빈곤정책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죠.
노동시간 단축의 혜택을 일방적인 '시간 감축'으로만 설계해서는 안 되고, 노동유형 재조정, 직무 이동성 확보, 소득보전 등과 패키지로 추진해야 실효성 확보가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연구를 설계한 느낌적 느낌이 드네요^^
연구는
"과로는 뇌를 바꾼다."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까지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가?”
연구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질문입니다.
언론과 학계는 때로 현상을 확대해 보여주지만, 구조적 원인을 가리거나 왜곡하기도 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필요하지만 그 단축이 '현실적 삶'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 또 다른 방식의 과로와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100년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대인은 시계에 의해 지배받는다. 시간은 더 이상 흐르는 것이 아니라 쪼개지는 것이다
주 52시간제도 그렇습니다.
흐르던 시간은 '법정근로시간'이라는 기준선 아래에서 쪼개지고 관리되고 단속되고 있습니다.
그 쪼개진 시간 사이사이에 또 다른 일, 또 다른 노동, 또 다른 알림이 들어옵니다.
시간은 줄었지만, 쪼개진 조각 사이에 더 많은 피로가 흘러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몇 시간 일했는가'보다
'시간의 밀도는 어떻게 변했는가'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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