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읽기, 첫 번째 깨달음
마인드셋, 이 책을 두번째 읽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마인드셋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면 마인드셋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방식, 곧 '마음의 틀'을 의미합니다.
심리학자 캐롤 드웩은 이를 두 가지로 나눴는데요.
하나는 고정 마인드셋.
능력은 타고난 것이며, 실패는 무능력의 증거라고 여깁니다.
다른 하나는 성장 마인드셋.
능력은 노력과 학습을 통해 개발할 수 있으며, 실패는 배움의 일부라고 봅니다.
이 두 마인드셋은 학습, 인간관계, 리더십, 심지어 예술적 표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저는 당연히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사업도 순탄했고, 자신감이 충만하던 시기였기에 당연히 그런 생각을 했지요. 하지만 스스로만 아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금 두번째 책을 읽으며 '내가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착각이구나, 나는 고정 마인드셋의 껍질 속에 숨어있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충격적이긴 해도 한편으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왜냐면 나의 한계가 어렴풋이 보였으니까요.
성장을 가장한 고정형
저는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습니다. 완벽주의는 정말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쉬운 일들은 척척 잘 해냈습니다. 스스로 일을 잘한다는 자부심도 있었구요. 하지만 완벽하게 처리하기 힘든 어려운 일들은 회피하고 있었죠.
더구나 저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어려운 일을 회피할때는 스스로를 교묘하게 속여야 했습니다. 그러니 무언가 한계를 느끼면서도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던 거에요. 일명 '성장을 가장한 고정형'이 바로 저입니다.
자, 문제를 깨달았으니 해결책도 있겠죠. 고정 마인드셋을 버리고 성장 마인드셋으로 갈아타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책을 좀더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책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더 혼란스럽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캐롤 드웩이 맞지만 현실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장 마인드셋은 노력을 강조하지만, 한계의 벽은 말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로 위로되지 않는 진실들이 있습니다.
노력은 모든 걸 이기지 못했다
제 친구 이야기를 해볼게요.
소설가가 되고 싶은 친구는 대학을 문예창작과에 들어갔어요. 그의 작품을 읽어본 나는 그 친구가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아요. 친구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을 안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그 친구를 훌륭히 생각한 이유는 그는 장애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 소아마비로 몸도 언어도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그걸 극복하고 노력했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자신의 재능 없음을 알게 됩니다. 같은 과에 날고 기는 학생들이 넘쳐났거든요. 재능이 많은 그들은 술 마시고 놀면서 쉽게 글을 써서 과제를 제출합니다. 이 친구가 몇날몇일을 끙끙대며 쓴 글보다 훨씬 멋진 글을 말이에요.
그 이후에도 친구는 글을 쓰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하고 노력을 다합니다. 신춘 문예 같은 여러 공모전에 작품을 보내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친구는 결국 재능에 굴복해서 자살을 했습니다.
고정과 성장, 그 이분법 너머의 삶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의 사이에서 길을 잃은 친구를 생각하면 세상은 고정과 성장의 이분법으로 나누기엔 너무 복잡해 보입니다.
고정마인드셋의 재능을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사실 인간의 기본 욕구가 아닐까요. 특히 예술을 하는 사람은 말이죠. 고흐의 경우도 그렇잖아요.
흔히 고흐를 재능은 있었지만 시대가 알아보지 못한 천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의 비극은 단순히 세상이 그를 몰라봤다는 게 아니라, 그 자신이 자기 재능의 확신을 끝끝내 갖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의 고민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답이 끝내 응답받지 못했을 때, 그는 붓을 내려놓습니다.
친구와 고흐의 경우를 보면 어쩌면 나를 보호하기 위한 고정마인드셋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고정 마인드셋은 나를 가둔 벽이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쌓은 임시 둑이라는 접근은 어떨까요.
물론 캐롤 드웩이 옳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여전히 우리 삶에 유용한 렌즈입니다. 다만 그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무게와 존재의 복잡성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조금씩 흔들리면서도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인드셋은 이론이 아니라 삶을 붙드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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